미국 여자축구 대표팀, 협회와 남녀 동일 임금 싸움서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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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자축구 대표팀, 협회와 남녀 동일 임금 싸움서 승리

베링 0 916 2022.02.23 09:53

286억원 규모 합의 이뤄…월드컵 수당 포함 남녀 같은 임금 받기로

전 주장 앨릭스 모건 "경기장에서보다 값진 승리"

2019년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에 입 맞추는 러피노
2019년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에 입 맞추는 러피노

[AF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미국 여자축구 대표팀이 남자 대표팀과 같은 임금을 받기 위해 6년 동안 벌인 싸움에서 이겼다.

23일 AP통신에 따르면 이른바 '남녀 동일 임금' 소송을 벌여온 미국 여자 대표 선수들과 미국축구협회는 2천400만 달러(약 286억원) 규모의 합의를 이뤘다.

합의에 따르면 미국축구협회는 여자 선수들에게 총 2천2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는 여자 선수들이 요구한 손해배상액 6천600만 달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아울러 200만 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여자 선수들의 은퇴 후 생활을 지원하고 여자축구 발전을 위한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미국축구협회는 또 여자 대표팀 선수들에게 월드컵 대회 보너스를 포함해 남자 대표팀과 같은 수준의 수당을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여자 월드컵의 상금 규모가 남자 월드컵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어서 같은 수준의 임금을 주기 어렵다는 게 그간 미국축구협회의 입장이었다.

여자 대표팀과 미국축구협회의 싸움은 2016년 시작됐다.

동일임금 싸움 전면에 선 러피노(왼쪽)와 모건
동일임금 싸움 전면에 선 러피노(왼쪽)와 모건

[AP=연합뉴스]

앨릭스 모건, 메건 러피노, 호프 솔로 등 여자 스타 선수 5명이 남자 선수들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여자 대표 선수들을 대표해 연방 정부에 진정을 넣었다.

여자 선수들이 동일 임금을 요구한 주요 근거는 '성적'이었다.

지금까지 미국 여자 대표팀은 월드컵과 올림픽에서 4번씩 우승했다. 반면, 남자 대표팀은 월드컵에서 우승 근처에도 못 가봤다.

여자 대표팀은 2019년에는 임금 차별로 인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졌지만, 곧바로 항소해 지금까지 법정 싸움을 벌여왔다.

미국 여자 대표팀의 요구는 '스포츠계 성평등' 화두를 던졌다.

미국에서 긴 싸움이 벌어지는 동안 브라질과 잉글랜드 축구협회가 남녀 동일 임금을 약속하는 등 다른 나라에서 먼저 여자 선수들의 '승전고'가 울렸다.

모건(왼쪽)과 러피노
모건(왼쪽)과 러피노

[AP=연합뉴스]

여자 대표 선수들과 대립각을 세우던 카를로스 코데이로 미국축구협회 전 회장이 2020년 3월 물러난 것은 선수들이 불리해 보이던 싸움에 전환점이 됐다.

협회가 재판부에 제출한 문서에 여자 대표선수들의 신체적 능력과 책임감이 떨어진다는 성차별적 내용이 담겼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일자 코데이로 전 회장이 물러나고 신디 팔로 콘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격했다.

여자 대표 선수 출신인 콘 부회장은 후배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접점을 찾아 나갔다.

2020년까지 여자 대표팀 주장을 맡았으며, 여전히 팀의 정신적 지주인 모건은 합의가 이뤄진 뒤 "이 문제에 시간을 소비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왜 난 여자로 태어났을까?' 하고 스스로 물었다"면서 "우리가 믿는 것을 지키기 위해 거둔 이번 승리는 경기에 선발로 나서서 골을 넣고 승리하는 것보다 값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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