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오늘은 저 때문에 졌습니다. 선수들은 열심히 했습니다. 충분히 잡을 수 있는 경기를 제 실수로 그르쳤습니다."
여자배구 GS칼텍스 이영택 감독은 상기된 얼굴로 기자회견장에 먼저 도착해 기자들을 기다리다가 이처럼 말했다.
GS칼텍스는 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페퍼저축은행전에서 세트 점수 2-3으로 패배했다.
승부처는 세트 점수 1-1에서 맞이한 3세트였다.
GS칼텍스는 3세트 23-17로 앞서가자 승기를 굳혔다고 판단해 이주아를 빼고 권민지를 넣었다.
이후 페퍼저축은행의 맹추격을 받다가 한 점을 만회해 24-21로 세트 포인트를 만들자 지젤 실바(등록명 실바)와 김지원을 빼고 안혜진과 김주향을 넣었다.
이때 GS칼텍스는 실바 자리에 날개 공격수 김주향이 아닌 세터 안혜진을 넣었고, 세터 김지원 자리에 김주향을 투입했다.
배구 경기에서는 교체 선수가 다시 경기에 들어가려면 바꿨던 선수 자리에 들어가야 한다.
또한 세트당 한 팀은 6번만 교체할 수 있다.
GS칼텍스는 실바와 김지원을 빼는 더블 스위치가 3세트의 5번째 교체였고, 실바를 다시 투입하려면 세터 안혜진 자리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GS칼텍스는 실바를 뺀 뒤 계속해서 점수를 내줬지만, 실바를 투입하지 못하고 결국 24-26으로 3세트를 잃었다.
결국 GS칼텍스는 4세트를 따낸 뒤 5세트를 내주고 무릎을 꿇었다.
실바의 개인 한 경기 최다 득점 신기록인 55점도 빛을 잃었다.
이 감독은 3세트 막판 실바를 뺀 것에 대해 "3세트 중간을 지나면서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했고, 체력 안배나 그런 부분을 생각해서 (교체로) 쉬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3-21에서) 이주아와 권민지를 교체한 것을 착오해 교체 카드가 더 남았다고 생각해서 (실바와 김지원을) 교체했다. 제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배수의 진을 치고 실바를 투입해 세터 없이 나머지 3세트를 치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 감독은 "실바가 전위였다면 넣었겠지만, 후위 포지션이라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선수들에게는 경기 끝나고 사과했다. 오늘 경기는 다 잘했는데 저 하나의 실수로 졌다. 모든 질책은 제가 받겠다"고 거듭 사과했다.
매 경기 투혼을 보여주는 실바에게는 "항상 고맙다. 어린 선수 잘 끌어주고 최선을 다해주는 선수다. 제가 해줄 수 있는 한 체력을 관리하고, 훈련을 조절해줘서 요즘과 같은 경기력이 나오도록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